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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기사


관리자
최종 접속일 : 24-10-19 가입일 : 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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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배

아무리 무거워도
뜨지 못하는 배는 없고
아무리 파도 쳐도
가지 못할 길은 없다
배를 띄우는 것도
배를 움직이는 것도
결국 물이다
물 위에서
배는 가장 안전하다

삶이 아무리 무거워도
세상 파도 아무리 높아도
그 세상 속에 있을 때
당신의 항해가
가장 안전하다

- 시집 『이어도 주막』(애지, 2019)

【시인 소개】
이성배 / 1961년 경남 마산 출생. 2005년 《신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이어도 주막』이 있음. 2011년 한국해양문학상, 공무원 문예대전 수상. 경남작가 회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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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는 종종 고단한 삶의 적절한 은유로 소환됩니다. ‘세상은 고해(苦海)’라는 비유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그 속을 정신없이 헤쳐나오다 보면 알게 되지요. 그래서 누구나 이 거친 세파(世波)로부터 벗어나서 피안의 땅에 이르는 게 이승의 소원인 게지요. 하지만 이 소원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시인은 이 시를 통해서 깨우쳐줍니다.
“아무리 무거워도/뜨지 못하는 배는 없고/아무리 파도 쳐도/가지 못할 길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결국 뜨지 못하고, 가지 못하는 것은 배의 무거움이나 파도의 거침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이지요. 지레 겁을 먹고 걱정만 하고 있는 동안 배는 가라앉고 만다는 것이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배가 가장 안전한 곳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입니다. 배를 배답게 하는 것도 역시 바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사코 배를 뭍으로 끌어올려 붙들어 매었습니다. 바다로 떠나려는 우리를 우리 부모가, 우리 자식을 우리가 그렇게 붙들어 매었습니다. 그래서 “삶이 아무리 무거워도/ 세상 파도 아무리 높아도/ 그 세상 속에 있을 때/ 당신의 항해가/ 가장 안전하다”는 이 구절은 시가 아니라 차라리 삶의 지침입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곳이 실은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이 역설은, 반복되는 일상을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깨달음인지요.

김남호.jpg
(김남호 / 문학평론가)

ㅡ출처 : 하동뉴스(http://www.hadongnews.co.kr)

ㅡ기사 전문 보기 : http://www.hado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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