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 하동군청
  • 하동군문화관광
  • 박경리문학관 유튜브

보도 기사


관리자
최종 접속일 : 24-10-19 가입일 : 22-09-13

레벨 : 0 Level (0%) Point : 0 / 90

조회 수 6 추천 수 0 댓글 0

참새만 아는 집 / 조향옥

 

 

꼭 비틀어 짠 걸레

좁은 툇마루에 걸터앉은 겨울 햇살

참새 한 마리 콕콕 마당 쪼는 집

 

수국 빈 가지에 걸리던 바람의 발

응달진 계단 위에 잔설

쌓아둔 짚단 위에 장독 위에 잔설

둥근 밥상에 모여 앉는 잔설

 

뒷마당에 걸려 있는 아궁이의 솥

처마 기둥에 기댄 사다리 칸칸에 걸리던

바람의 발

헛간에 넘어진 장화 한 짝

 

마른 고춧대 호박넝쿨 서걱거리는 남새밭 너머

우우 가랑잎 구르는 삭풍의 비음

문풍지에 닿는 대숲의 숨소리

뒤뜰 호두나무 가지에 늘어지던 바람의 발

눈 감으면 보이는 집

 

ㅡ시집 『남강의 시간』 (애지, 2021년)

 

 

【시인 소개】 조향옥 / 경남 진주 출생. 2011년 《시와경계》로 등단. 시집 『훔친달』 『남강의 시간』 이 있음. 2020년 경남문학 시 부문 작품상 수상

--------------------------------------------------------------------------------------------------------------------------------------------------------------------------------

 

  누구도 모르는, "참새만 아는 집"이 있습니다. 이 집은 이렇게 생겼다지요. "꼭 비틀어 짠 걸레"처럼 "좁은 툇마루"에는 "겨울 햇살"이 걸터 앉아있고, 햇살 가지런한 마당에는 "참새 한 마리 콕콕 마당 쪼는 집", 시골에서 유년을 보낸 6,70대의 연령층이면 어떤 집인지 금세 알아차리겠지만,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거나 마당 없는 도시에서 유년을 보낸 사람이면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그런 집은 어김없이 수국의 빈 가지나 처마의 사다리 또는 호두나무 가지에는 건들거리는 "바람의 발"이 보일 것이고, 짚단이나 장독 위에는 하얀 잔설이 쌀밥처럼 담겨 있겠지요. 헛간에는 장화 한 짝이 넘어져 있고, 밤이면 마른 고춧대가 서성거리는 남새밭을 지나온 "삭풍의 비음"이 들릴 것입니다. "눈 감으면 보이는 집"이지요. 아니 눈 감아야 더 잘 보이는 집이지요. 한마디로 참새만 아는 집은 곧 시(詩)가 사는 집일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런 집을 원하지 않습니다. "겨울 햇살"이나 "바람의 발"이 보이는 집이 아니라 "뷰"가 좋은 집을 훤하지요. 이런 집은 "삭풍의 비음"이 아니라 위층의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겁니다. 참새가 사라진 집은 햇살도 꿈도 다 사라진 집이지요.

 

김남호.jpg

문학평론가 김남호

 

ㅡ출처 : 하동뉴스 2022.11.3 신문기사

ㅡ기사 원문보기 : http://www.hado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58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