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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기사


관리자
최종 접속일 : 24-10-19 가입일 : 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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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킬 수 없는 노래

                                                 유하


시크리드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갓 부화한 새끼들을 제 입 속에 넣어 기른다
새끼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그들은 자신의 입을 택한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미소처럼 머금은
시크리드 물고기

사람들아, 응시하라
삼킬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머금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눈물을 머금은 눈동자
이슬을 머금은 풀잎
봄비를 머금은 나무

그리고
끝내 삼킬 수 없는 노래의 목젖,
나도 한세상
그곳에 살다 가리라

-시집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2022, 문학동네)

【시인 소개】
유하 / 1963년 전북 고창 출생. 시인, 영화감독. 1988년 《문예중앙》으로 시인 등단. 시집으로 『무림일기』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 『세상의 모든 저녁》』 등이 있으며,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감독으로 데뷔하여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을 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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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리드.jpg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라는 말이 있지요. 얼마나 자식이 예뻤으면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눈에 넣고 싶었을까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대상이 사랑스러울 때 눈에다 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그 대상을 입에 담고 싶다면 그것은 차원이 달라집니다. 눈이 ‘사랑’의 영역이라면 입은 ‘생사’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사랑’을 넘어 ‘생사’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자식을 입에 넣고 기르는 ‘시크리드’라는 물고기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천적들의 입이 무서워서 내 입에다 어린 자식들을 머금고 다닙니다. 뱉어서도 안 되고 삼켜서도 안 되는 것을 머금고 다니는 어미의 고통은 어떨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것들은 입에 넣어도 삼킬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끝내 삼킬 수 없는 목젖”처럼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새끼를 가진 어미들은 성스럽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시크리드’인지도 모릅니다. 일차적으로는 어미의 입을 통해 영양분을 받아들였으니 그렇고, 이차적으로는 어미의 입을 통해 말을 배우고 내 정신이 자랐으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미에게 자식은 입에 머금은 채 ‘삼킬 수 없는 노래’이고, 눈에 박힌 채 ‘아름다운 가시’입니다.

김남호_소.jpg

(김남호 / 문학평론가)

ㅡ출처 : 하동뉴스(http://www.hadongnews.co.kr)

ㅡ기사 원문 보기 : http://www.hadon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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